[2009 아시아 대학평가] 공학(工學)분야 25위권 카이스트·서울대뿐… 부끄러운 IT강국

연세·고려大 등 30위권밖 태국·인니(印尼)대학에도 처져

단기과제·외부용역 매달리는 연구풍토 시급히 개선돼야

"공학·IT 기술 하나가 나라 경제를 10년 먹여 살린다"고 한다. 1980년대 중반 TDX(전전자교환기) 기술은 한국의 전자산업을 키워냈고, 1994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상용기술은 세계 최고 이동통신 산업을 육성했다. 그러나 'IT강국'이라는 명성과 달리 한국 대학의 IT·공학 경쟁력은 취약하기만 했다. 조선일보·QS '아시아 대학평가'의 5개 학문 분야별 '학계평가'(peer review) 결과, 공학·IT 부문에서 아시아 25위 안에 드는 국내 대학은 카이스트(8위)와 서울대(12위) 두 곳에 불과했다. 종합순위에서 국내 4개 대학이 25위권에 랭크된 데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수출용 수퍼스타'가 없다

서울대는 종합순위에서 아시아 8위였지만, 공학·IT 분야에선 12위에 그쳤다. 서울대는 다른 4개 학문 분야에서는 모두 아시아 6위 안에 들었기 때문에, 공학·IT의 부진이 상대적으로 더 부각되고 있다.

사립대학들의 공학·IT 평가 결과도 기대 이하였다. 포스텍과 연세대·고려대의 순위는 각각 아시아 30위·40위·42위였다. 인도네시아 반둥공대(21위)나 태국 출라롱콘대(24위)보다 낮은 순위였다. 연세대·고려대 역시 공학·IT 분야가 5개 학문평가에서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종합평가에서 아시아 50위 안에 들었던 이화여대·성균관대·한양대는 공학·IT 분야에서 50위 안에 들지 못했다. 아시아 종합순위에서는 50위권 안에 국내 대학이 8개 포함됐지만, 공학·IT 분야에서는 5개만 들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미국 MIT 기계공학과 학과장을 지냈던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은 "국내 대학은 단순히 논문 숫자만 세고 있다"며 "미국 대학이 잘나가는 것은 논문 수 때문이 아니라 중요한 문제를 해결해 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공대 A교수는 "국제 평가를 잘 받으려면 수출용 수퍼스타급 교수가 필수"라며 "하지만 수퍼스타급 교수가 되려고 해외 학술대회 등을 열심히 쫓아다니면 국내에선 연구비 지원 등에서 오히려 푸대접을 받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4년 전 나온 서울대 내부 보고서가 "공대 경쟁력이 약한 것은 '봉우리'(수퍼스타급 교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국내 공대들의 SCI(국제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논문 수, 연구비 액수는 최근 몇 년간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정작 네이처 등 국제 톱 저널에 실리는 논문은 가물에 콩 나듯 한다. 최신 이론이 발표되는 국제학술회의에서도 활약하는 국내 대학 학자는 드물다. 국제적인 '수퍼스타' 학자가 없는 것이다.

▲ 칭화대, 공학·IT 2위… 기술대국 中이끈다 도서관 1층 로비에서 자료 검색에 열중하고 있는 칭화대 학생들. 한국의 간판 대학들은 공학₩IT 분야에서 단 한 곳도 상 위 5위에 오르지 못한 반면, 칭화대는 도쿄대에 이어 2위를 차지해 중국의 공업기술을 이끄는 견인차임을 입증했다.

◆1년짜리 단기 프로젝트에 목을 맨다

일본에서 4년 넘게 공부하다가 최근 국내에 들어온 한 연구원은 양국 간 대학 연구실 분위기 차이에 깜짝 놀랐다. 연구실에 속한 대학원생 숫자는 일본의 2~3배였지만, 모두 1년짜리 단기 프로젝트에만 매달려 있었다. 이 연구원은 "일본에서는 연구를 먼저 하고 그 성과로 돈을 번다는 개념이 있다"며 "한국 대학들은 대규모 연구실 비용 때문인지는 몰라도 자기 연구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역시 내부 보고서에서, 서울대 공대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교수들이 과도하게 외부 용역 프로젝트에 매달리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외국 석학들의 의견을 담은 이 보고서는 "공과대학 교수들이 1인당 연평균 6.5개씩의 정부 용역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데 이 문제를 개선해야만 서울대 공대가 발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더 심각한 것은 국내의 IT 등 기술산업 자체를 정부가 아닌 기업들이 이끌고 가는 상황에서, 대부분 교수가 기업의 단기 수요에만 맞춰 연구한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모 공대 교수는 "기업 프로젝트는 당장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깊이 있고 폭넓은 연구는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민동준 교수는 "공학에서 굵직한 성과들이 나오지 않으면 국제적인 평가에서 뒤질 뿐만 아니라 10년 뒤, 20년 뒤 우리나라가 먹고살 게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입력 : 2009.05.13 01:13 / 수정 : 2009.05.13 01:16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5/13/200905130010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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